오늘은 내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날일지도 모른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이 글은 그 첫 번째 기록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언가 대단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이 조금 지루하고,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단순히 기록의 목적만은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구조화된 사유’의 공간이자,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기계설비와 건축환경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 도면을 들여다보고, 자재를 검토하고, 현장을 점검하며 하루를 보낸다.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벽 뒤의 배관 하나, 환기구의 흐름, 배수구의 경사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삶이다. 모든 것이 규격 안에서 정확해야 하기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세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엔 늘 감정과 상념이 흘러넘친다. 엔지니어라고 해서 모든 걸 숫자와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날은 차가운 기계실 안에서 잠시 혼자 있을 때, 어쩐지 따뜻한 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그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다. 그것이 이 블로그의 출발점이다.

블로그는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몇 번 시도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늘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글을 몇 편 쓰다 말아버렸다.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록’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려 한다. 나는 이제 나를 브랜드처럼 다루기로 했다. PMgineer라는 이름으로, 기술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 누군가는 ‘기계공학과 감성이 어울리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감성을 잃은 기술은 메마른 구조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세 가지를 실현하고 싶다. 첫째,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첩이나 하드디스크 속에만 머물던 노하우들이 많다. 공조시스템의 설계 노하우, 예산 효율화를 위한 자재 선택 기준, 층간소음 저감 시스템 같은 내용은 어쩌면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이야기들이다. 둘째, 일상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고 싶다. 반복적인 하루에 감정을 입히고,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에 이름을 붙이고,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따뜻함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셋째,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 수익에 대한 정보도 많이 찾아보았다. 구글 애드센스, 제휴 마케팅, 디지털 상품 판매, 기술 자문 서비스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성급하지 않기로 했다. 애드센스 수익 몇 백 원에 일희일비하는 블로거가 되기보다는, 일관된 방향성과 콘텐츠의 진정성을 유지하며 천천히 성장하는 블로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 이 첫 글을 쓰는 지금도, 수익보다는 ‘기초를 잘 다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의외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글감도 필요하고, 그것을 풀어낼 구조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단지 정보를 나열하는 것과,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이 블로그에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많이 담으려 한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사례뿐만 아니라, 어설펐던 시행착오, 예상과 다른 결과,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적고 싶다. 그게 나만의 블로그 정체성이 될 것이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이 블로그에는 전문적인 기술 정보도 올라오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일상과 감정이 담길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본 빗물의 흐름에서 열역학의 원리를 떠올렸던 순간, 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건물 환기구 위치를 보고 혼자 분석했던 이야기, 현장 점검 중 마주친 설계와 시공의 괴리에서 오는 아쉬움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부이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이 블로그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요즘 들어 나 자신이 조금은 흐려진 기분이었다. 직장인으로, 가장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던 것, 내가 잘하던 것이 무엇인지 점점 잊혀지고 있었다. 블로그는 그런 나에게 정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더 ‘나’다워질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블로그는 내게 도전과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워드프레스라는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더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고, SEO에 대해 배우고, 사진이나 그래픽도 공부하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내 역량을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 블로그의 이름은 PMgineer이다. Project + Mechanical + Engineer + 그리고 나(ME)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나만의 작은 세상, 나만의 시선으로 기술과 삶을 바라보는 공간. 이곳이 단순히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밀도를 높이는 작업장이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이 블로그가 누군가에게 “이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나도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마음 한켠에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 내가 쓴 글이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도 블로그가 자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 하지만 곧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이 글은 나를 위한 것이고, 나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며, 나의 성장을 위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든 보지 않든, 나는 계속 쓸 것이다. 쓰면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고,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올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조냉동기계 이야기부터, 현장에서 부딪힌 현실적인 이야기들,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소소한 일상 속 감정까지.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나는 기술자이자, 기록자이며,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을 지금 이 순간, 이 글과 함께 시작한다.

나의 첫 글을 이 공간에 조심스럽게 올리며, 내일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이 첫 글을 다시 읽게 될 날이 오면,
그땐 내가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